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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의 행태가 가관이다. 경찰은 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음직한 일을 공공연히 업무라 하고 있고, 선관위는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다. 그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당당한지 궁금하다. 경찰의 교육감 후보에 대한 정보수집 관련 문건은 노골적이다. 선거에서 중립적 위치에 있어야 할 경찰이 우파 후보가 자기 후보고 좌파 후보는 남의 후보인 양 하는 문건에 비추어 보면,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라거나 독립적 기관이라거나 하는 소리는 그저 우스개일 뿐이다. 이렇게 되면 누가 경찰이 중립적이라 여기고 도움을 청하려 하겠는가? 이명박 정부 내내 견해가 다른 집단과 사람들은 척결과 배제의 대상이 되어 있음을 경찰이 자연스레 다시 드러내고 말았다.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해야 할 임무가 있는 경찰이 오히려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는 셈이다.


노골적인 경찰과 달리 선관위는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너무나 몰상식하고 우스워서 이 또한 과연 논의한다는 것이 의미있는 일인가 싶을 정도이다. 트워터가 e메일이라며 만든 사람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규정하는 기술 진보에 대한 판단능력도 놀라운 것이지만, 4대강 사업이나 무상급식 문제가 선거쟁점이어서 말하면 안된다는 건 도대체 어떤 발상인지 궁금하다. 선거 시기에 선거쟁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라는 것인가?

자신들이 마련한 ‘공간’에서 자신들이 지정한 방식으로, 자신들이 지정한 ‘시간’, 법정 선거운동기간 내에서만 이야기하라고? 그 외에는 다 불법이다? 자신들이 정한 좁은 공간과 적은 시간 탓에 이를 벗어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 활동을 일일이 감시하려니 선관위의 인력은 턱도 없이 부족하다고 여긴다. 자신들이 정한 몰상식한 공간과 시간에 대한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이 많아지자, 선거가 가까워지기만 하면 유권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후보자를 모니터하기보다 유권자를 감시한다. 더구나 요즘엔 정부와 집권당과 거의 한통속인 것처럼 보이니 선관위가 존재해야 할 이유를 모를 정도다. 어렵사리 확보해온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한순간에 날리고 있다.

이 참에 선관위를 대폭 축소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면 아마도 자유로운 선거운동과 자유로운 발언이 가능해질 것이다. 어차피 모든 공간과 시간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유권자들의 일상 활동을 감시하고 일일이 ‘간섭’하기보다 선거가 잘 되도록 큰 틀에서 ‘지원’하는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하지 않겠는가? 선거관리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하며, 이는 선관위를 대폭 축소하는 방향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경찰의 경우 공무원법 위반으로 엄하게 처벌해야만 맘이 바뀔 텐데, 이명박 정부 아래서 그럴 일이 없으니 참으로 문제다. 따라서 경찰의 경우 제도적으로는 자치경찰제로 전환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야 중앙정부 눈치 보며 이런 일을 하는 것을 그만두게 된다. 

그러나 이 둘 모두 당장의 해법이 되지 못한다. 의회에서 관철할 절대의석도 부족하지만 이런 문제를 파고들어 진지하게 해법을 모색할 정치세력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결국 유권자들의 몫이다. 스스로의 정치적 자유의 확장을 위해서라도 선거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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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승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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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승창 2010/05/06 1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관위가 이 글에 대한 반론을 쓴다고 하네요. 내일자에 실린대요.